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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Design105

땅벌 한마리 죽었더라. 가을의 초입도 지난지 수십일 째 일이다. 그 날따라 몸은 무겁고 관절이 비명을 지른다. 필시 괴상한 날씨 탓이리라 비가 오다 말고 오면 많이 오고 왔다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한 것은 이제 따라가기 힘든 몸이 알아서 비명을 지르게 만든다. 그러한 날에 화창함에 못이겨 삐걱되는 관절을 부여잡고 수 층의 계단을 내려갔다. 비 온 뒤 맑음은 언제봐도 화창하다. 아픔도 잠시 잊고 오랜 시간 함께한 거리를 걸어봤다. 갑자기 생겨난 까페, 식당, 그리고 사라진 사람들과 새로운 사람들. 거리는 변화하지만 나도 이렇게 여기서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 서글퍼 질 때 쯤 머리가 지근 거리기 시작했다. 전 날 마시지 못한 커피 기운에 뇌가 카페인을 달라고 성화인 것이다. 참으로 손이 많이 가는 몸이다. 다시금 쑤시는 관절을 부여.. 2022. 9. 23.
8개의 달걀 최초의 자극. 눈을 뜬 병아리는 다른 형제와 함께 아픔일 듯 싶은 강렬한 외부 자극을 받으며 깨어났다. 어미도 없이 태어난 장소에 저마다 울고 있는 8마리 병아리는 모두 첫 자극에 목놓아 울고 있다. 최초의 재미. 뉘가 있어 돌보아 주는 지 병아리들 사이로 강아지 한마리가 돌아다니며 병아리를 쫓았다. 놓았다. 따라갔다 도망갔다. 이리저리 휘젓고 다닌다. 병아리는 최초의 재미를 느낀다. 그 것이 무언지 몰라도 그냥 따라 다니고 쫓아다니고 도망다닌다. 최초의 싸움. 병아리는 형제와 다툰다. 재미를 넘어서 과했던지 성장한 부리로 서로를 찌르며 아픔을 느낀다. 고통이었다. 어미와 아비 없이 배울 것도 없었는데 싸움은 잘도 하지만 말리는 이는 무언가 따스한 손길이다. 최초이 두려움. 싸움이 계속되고 아픔이 계속되.. 2022. 5. 15.
울지마라 하지마라 울지마라 울지마라 어미의 가슴이 아프다 아비의 가슴이 아프다. 부모아닌 사람들이 울지마라 말하네. 울지마라 하지마라. 울어다오 울어다오 잊어가는 사람들에게 들려다오. 부모에겐 들리는데 부모아닌 사람들은 울지마라 말한다. 울지마라 하지마라. 들리지도 않으면서 울지마라 말하지 말라. 들리지도 않는 네 마음이 아픈 것은 울음소리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 않은가. 세월이 지나 수십번 계절이 바뀌어도 그 울음소리는 아직도 부모의 귓가에 남아 있단 말이다. 네 마음도 아픈 것은 이 것이 진정 슬픈 아픔이었기 때문이란다. 대한민국 아이야, 꽃다운 친구들과 함께 울어도 된다. 슬퍼해도 된다. 울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게 될테니까. 그러니까 울지마라 하지마라. 2022. 4. 16.
[단편] 나는 죽어야 한다. 나는 죽어야 한다. 아침에 든 생각이 멀릿 속을 울리며 남자의 몸을 지배했다. 남자는 곧바로 얼마 달리지도 않은 자동차로 몸을 옮겼다. 할부도 끝나지 않았을 정도로 오래 운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러번 갔던 곳이라 그런지 지도도 그에게는 필요하지 않았다. 춘천으로 가던 길이 머리 속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악셀을 밟고 얼마나 달렸을까. 지나치는 차량에 색색마다 오만가지 후회와 좌절 그리고 분노가 그에게 느껴졌다. 그리고 다시 머릿 속으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나는 죽어야 한다. 다시금 남자가 악셀을 밟으려는 찰나 칼치기를 하며 고급 스포츠카 한 대가 나타났다. 죽으려는 와중에도 정작 규정 속도와 교통 법규를 지키고 있던 자신에게 비웃음을 날리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그 스포츠카는 유려한 쏨시로 사이를 휘져.. 2022. 3. 30.
고장난 장난감의 소원 박수치는 장난감이 있었다. 사랑하는 가족이 생긴 이후 장난감은 열심히 박수를 친다. 자신의 역할을 즐거워하며 장난감은 세월을 보냈다. 이내 장난감의 부품이 녹슬며 잘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장난감은 힘을 내어 박수를 쳤다. 자신이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력이 힘겨워 질 때 쯤 장난감은 알았다. 자신이 할 수 있던 것이 박수치는 것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박수 뿐이었다는 사실이 장난감이 소원을 빌게 만들었다. 이제 고장난 장난감의 소원은 가족들에게 고장나지 않은 만능 장난감이 생겨서 즐겁고 행복하기를 비는 것 뿐이다. 더이상 박수라도 칠 수 없게 되기 전에 소원이 이루어지길 매일 기도한다. 2022. 1. 22.
두 손에 내리는 비. 수일간 내린 비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물에 잠겼던 솜뭉치 마냥 늘어진 남정네의 몸은 힘겹게 버스 정류장 의자에 기대어 흐릿한 시선으로 주위를 본다. 그 동공에 잠긴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남자의 눈 안에 다시 작은 일렁임이 생기자 그는 몸을 일으켰다. 지병으로 인한 관절들이 비명을 질러 대지만 뭐라도 해야 했다. 과거 그는 사는 것을 좋아했다. 말하는 것을 좋아했고 나누는 것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지병으로 인해 몸 하나 가누지 못할 처지에 간신히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일어나 주위를 둘러본다. 자신을 기피하며 멀찌감치 떨어진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차라리 고향이었다면 주위에서 나뭇가지라도 주워 지팡이 삼으련만 다리를 질질 끌던 그의 시선이 커다란 장우.. 2021.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