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나만을 바라보는 소녀에게..
빛 바랜 한장의 사진처럼 아련한 추억 속에 늘 웃어 보이던 그녀에게 다시 말을 건낸다.
“나는 널 사랑해. 너만 사랑해. 너는…”
그때는 말하지 못했던 그 말을…지금이 되어서야 하게되다니…
1부. 달콤한 시작
1. 남자의 시련
2. 나만 바라봐
3. 소유하게 된다는 것
1. 남자의 시련
7월 15일 드디어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오늘을 위하여 준비해둔 대사와 미리 마련한 선물 그리고 완벽한 계획까지, 모든 것이 조금 있을 그녀와의 만남을 위해 준비된 것이다.
나의 이름은 김새기, 사립 청춘고교 3학년에 재학중인 남자, 키는 작고 외모 안 좋고 성적은…그럭저럭 아무리 봐도 여자들이 좋아 할 군더기가 없는 남자지만 오늘은 다르다.
학교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의 예쁜 그녀가 나와의 만남을 아니 역사적인 그녀와의 데이트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름은 소지연, 같은 반이면서 반장에다 학생회 부회장직을 가지고 성적우수 품행단정 아아…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완벽에 가까운 성스럽기까지한 여인이다. 어떻게 해서 내 데이트 신청을 받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몰라도 된다 그녀와 데이트 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나의 심장은 우주 생성의 빅뱅이 시작되기 직전이니까.
“오후 5시 정각! 좋았어 앞으로 3시간 남았다.”
약속 장소는 그녀의 집이 있는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 여기서 길어야 30분거리지만 그녀와 만난다는 것 만으로도 나는 뛰어가고 싶었다. 우선 이것저것 준비한 것들을 챙기고 나서 몸을 돌리는 순간 깜빡 잊었던 것이 생각났다.
“이니. 다녀올게!”
얼마전에 인터넷에서 우연히 구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대화형으로 개조해서 만들어낸 이니는 이제 간단한 회화는 알아 듣는 상태에 올라와 있었다.
[치직 다녀오세요.]
조금 기계음이 거슬리기는 했지만..말이다.
- 쾅
방문을 닫고 후다닥 집을 나서서 약속장소로 뛰어간 나는 헐떡이며 아파트의 입구에서 숨을 가다듬었다.
“허억 허억…헉..”
무심결에 시계를 쳐다보니 아직도 약속한 시간까지는 2시간하고도 50분이나 남아 있었다.
“기록이군..헉헉…”
운동엔 잼병이라 뛰는 게 익숙하지 않는 내가 이렇게 뛸 수 있다니 이것은 사랑의 힘!? 어느 정도 숨을 고르고나서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김새기랑 만난다고!? 무슨 소리야!”
“너랑 무슨 상관인데! 그러는 거야!”
익숙한 목소리가 내가 가고 있는 방향에서 들려왔다. 놀이터로 다가갈수록 소리는 더욱 또렷해졌고 거기서 나는 말다툼을 하고있는 학교 제일의 킹카 한지수와 나의 우상인 소지연을 볼 수 있었다. 심각하게 다투기 때문인지 그들은 나를 보지 못하는 듯 더욱 크게 싸우기 시작했다.
“이 바보야! 내가 학생회장과 아무런 사이가 아니라니까! 왜 날 못 믿는 거야!”
“거짓말하지마! 너랑 그 여우랑 …으흐흑”
한지수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지연이를 바라보았고 지연이는 그런 그의 눈을 바라보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아직도 상황파악이 되지 않고 얼이 빠진 상태로 그들을 지켜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중에 한지수자 울먹이는 그녀에게 다가가 다정히 안았다.
“넌 정말 바보야. 내가 이렇게 널 좋아하는데 너는 새기녀석과 만나려고 한단 말이야? 진짜 네 곁에만 있을게”
한지수의 말이 끝나고 들려온 소지연의 말은 나를 나락을 빠트리는 것만 같았다.
“네가 나쁜거야, 네가 … 내가 뭣하러 김새기 같은 애를 만날거라 생각해.”
같은 애를…..같은 애를….같은 애를…..가슴속과 머리 속을 헤집는 단어 속에서 나는 들고 있던 꽃과 선물상자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어…넌…”
“새기야…”
그제서야 그들은 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둘 다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내가 뭐라고 말해야 할까…그럼 그렇지…나는 떨어진 선물상자와 꽃을 줍고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미…미…미안…나…엿들을려고 한건…아니야…미안..해…”
그렇게 말하고 나는 뛰었다.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애초 나는 불가능에 도전하고 있었던 뿐이야 라며 자신을 위로하지만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상처는 어떻게 치유한단 말인가…그녀의 배신으로 나는 깊은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그날이후 나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마음은 진정시켰지만 그녀를 다시 본다는 것이 너무도 고통스럽기 때문에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다행히 방학날짜가 빨라 현재는 한동안 그녀를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오늘도 집에 틀어 박혀 침대에만 누워있는 내게 할아버지께서 찾아오셨다. 세계적인 로봇공학자로 일년에 한번 뵙기 힘든 분이었지만 내가 방학을 하자 어쩐 일인지 집에 오신 것이다.
“새기야, 무슨 일로 요즘 집안에 박혀있는지 모르겠다만 이 할애비 좀 도와다오. 이번에 만든 녀석이 영 시원치 않구나.”
때마침 울적하던 차에 뭐라고 하고 싶었는데 잘됬다고 생각하며 나는 할아버지를 따라 지하 연구실로 내려갔다. 사실 나는 할아버지의 조수로 지냈다. 뭐 다른 사람들이 로봇장난감 가지고 놀 때 나는 실제 로봇을 가지고 놀았을 뿐이지만.
“할아버지 이번에 개발하신 건 뭔가요?”
“가서 이야기 해주마”
이윽고 연구실에 도착하고 나서 할아버지께선 불을 키셨다. 사무실에는 천에 감 쌓인 물체가 놓여 있었다. 키는 꼭 사람만한 크기에 이것이 이번에 만드신 것일까.
“잠시만 기다리거라”
할아버지께선 그 물체를 덮고 있던 천을 벗기셨다. 그러자 그 내부에서 소녀로 보이는 사람의 얼굴이 드러났다.
“헉! 이건…”
“놀랐나 보구나 이 할애비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안드로이드 no.3다 “
“할아버지 성공하신 거예요!?”
안드로이드 로봇공학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휴머노이드 타입의 인간과 가장 가까운 기계인간, 이것을 할아버지께선 만드신 것이다.
“그럼 내가 누구냐 지구역사상 가장 유명한 과학자 김철수 아니냐. 하하핫”
할아버지께선 한번 웃으시곤 마저 천을 벗겨내었다. 기대와는 다르게 아직 몸 전체는 완성되지 않았는지 안드로이드는 얼굴부분을 제외하고는 여느 로봇과 다르지 않은 철제 부속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할아버지 이 로봇 얼굴은 정말 예쁜데요,”
새침하게 감고 있는 두 눈 그리고 새하얀 얼굴과 귀여운 입술 전체적으로 안드로이드는 예쁘게 생겼다.
“한번 얼굴을 만져 보거라 이번에 새로 나온 인공피부란다. 사람과 똑같지 아니 오히려 사람보다 날지도 몰라”
“와 진짜네요. “
피부의 감촉이 정말 부드러웠다. 소지연..그녀도 이처럼 부드러울까…젠장 나는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 같다. 그때였다. 내가 잠시 멍하고 있을 때 로봇의 눈이 스르르 열리더니 그 새까만 보석 같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히에에에엑! “
나는 깜짝 놀라 뒷걸음쳤다.
“하하핫 사내녀석이 놀라기는 전원이 들어가서 반응한 것 뿐이란다. 자 시작하자 이리 오렴”
“놀랐잖아요…”
나는 할아버지 곁으로 다가갔다. 그런 내 걸음과 동시에 로봇의 아름다운 눈동자는 나를 쫒았다.
“그런데요 할아버지 시각센서도 만드신 거예요?”
“아, 그거야 이미 만들었지 그건 그렇고 내게 부탁할게 있단다. No.3의 지각능력을 넣고 싶은데 만들 수 있겠니?”
지각능력이라는 것은 인공지능이었다. 내가 그렇게 중요한 것을..어떻게…만든단 말인가…아 이니가 있긴 하지만…
“할아버지, 인공지능을 제가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아니다, 인공지능을 만들라는 게 아니야 이미 기초 프로그램은 넣어져 있단다, 지금부터 필요한 것은 뼈대 위에 붙여질 자연스런 학습이지, 16세 소녀로서의 학습,”
“네!!? 16세 소녀!??? 무슨 말씀이세요?”
“이 할아버진 휴머노이드로의 접근을 하고 계획하고 있단다. 이 로봇..아니 이 아이는 이 할애비의 꿈이 담긴 것이지, 그러기 위해선 사람과 같이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학습해야 한단다, 도와주겠니,”
휴머노이드….인간에 가장 가까운 로봇…안드로이드가 인간의 모습만 한 로봇이라면 휴머노이드는 인간과 같은 사고력을 소지한 기계 생명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어떻게…
“같이 지내라니요…설마…”
“방학이 끝나면 이 아이와 함께 학교에 다니게 될거다.”
역시…우려했던 내용이었다. 나는 대답하기에 앞서 로봇을 쳐다보았다. 그 검은 보석 같은 눈동자가 나를 보며 부탁하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잊고 있던 실연의 아픔이 다시 기억났다. 여자는 믿을 수 없지만…로봇은 믿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그럴게요.”
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이 로봇의 이름은 없나요? 그냥 no.3라고 하면 좀 그렇잖아요.”
“아직 정하진 못했단다. 네가 한번 정해보겠니.”
“이니 어떠세요?”
내가 만들고 있던 인공지능의 명칭을 그대로 할아버지께 말씀 드렸다.
“음…좋아 그렇게 하자꾸나.”
그 때였다. 로봇의 입에서 자그마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니….”
“오 너도 그 이름이 마음에 드나 보구나 넘버 3…아니지 이젠 이니지.”
그것이 이니와 나의 첫 만남이었다. 할아버지께선 내가 이니를 가지고 엄청난 일을 꾸밀 생각이란 것을 아직 모르고 계셨다…어쩌면 로봇 이니는 진정 내가 찾던 상대가 되어주지 않을까…
별다른 일 없이 오늘도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자연스레 익숙한 몸짓으로 알람시계를 정지 시키고 하교 길에 사다 놓은 인스턴트 식품을 데운다.
[ 치지직 ~ 등교 시간까지 1시간 남았습니다. ]
이제 자동으로 나의 일과까지 체크할 수 있게된 이니( eany)의 합성음이 노트북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오늘은 어때 이니?”
근 3개월째 매달리고 있던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그녀는 간단한 회화까지 알아 들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 치직 ~ 시스템 점검중 이상사항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
“그래. 좋은 것 같아 다행이야.”
어느 틈에 나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가족이 모두 해외로 간지 3개월 나는 고등학교 때문에 자진해서 남아 혼자 지내고 있었다. 좀처럼 다른 사람과 사귀지 못하는 어두운 성격 탓으로 해외에서 학교를 다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프로젝트 이니, 비록 지각능력이 완전하게 구현되진 않았지만 운좋게 인터넷에서 입수한 인공지능 소스로 인해 어느 정도 만족할 반응이 그녀에게서 흘러나온 것이다.
“이제 그래픽적으로만 구현하면 즐거운 사이버 연인이 탄생하는 것인가?,,..”
말하고 보니 내 처지가 고 비참해진다. 긴 세월동안 한명의 여자친구도 만들지 못하고 남녀공학에 진학해서도 2년간 긴 암흑기를 거친 내게 말을 건내는 건 이런 컴퓨터 뿐이라니..
“젠장… 학교나 가자….”
오늘의 등교길은 한산했다. 나와 같은 학교의 학생들로 북적이던 길은 간간히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 외에는 없는 듯 하다.
“아차 오늘은 개교 기념일이었구나.”
순간 머리속에 바보라는 단어들이 출력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미 한참을 뛰어 온 상태라 온 몸에는 힘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
“되는 일이 없군..”
-중략-
5년 전에 만들다만 청춘 SF 로맨스 소설이다. 언제고 완결 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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