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30년 6월 23일
아침이 되자 눈부신 태양 빛이 썬팅된 창문을 뚫고 들이 닥쳤다.
저번 달에 20년 장기 할부로 구매한 홈카에 익숙해지기도 전이라 그런지 아직 잠을 설친다.
고향에서는 부모님 집에서 잘 수 있었지만 도시에서는 집이라는 것은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천정부지로 올라선 집과 땅은 일반인의 기준에서는 평생을 저금해도 살 수 없는 것이 도시의 집과 땅이었다.
그래도 자율주행 기술의 발달로 나와 같이 집도 절도 없는 평범한 사람은 도심 외각의 홈카타운에서 그나마 무리 없이 살 수 있는 것이다. 출퇴근시 자동으로 운전하고 잠은 홈카의 넓은 구조를 통해 작은 고시원정도 크기이지만 차에서 자면 되니까 말이다. 마침 휴일이라 그런지 벌써 시간은 점심에 가까웠다. 어제 먹다 남은 인공육제 육포를 질겅거리며 망중한을 즐기는 사이에 잊고 있던 약속이 생각났다.
"아차! 오늘 종로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누군가와 만나기로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요즘이다보니 깜빡하고 있었다. 오늘 종로에서 XR채팅에서 만난 여성과 데이트가 있는 날인 것이다.
과거와 달리 대부분 현실에서 누군가와 만나 연애를 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나는 좀 특이하게 보였던 것 같다. 그래도 시골에서 살았기 때문일까. 사람 냄새 나는 것이 좋은 내가 수줍게 용기를 내어 만나자고 했던 것에 그녀는 승낙했다. 그래도 AR필터를 뺀 맨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말이다. XR채팅을 통해 서로가 현실에서 꾸미지 못하는 것까지 바꾸며 스스로를 숨기는 사회이다보니 나도 그녀도 맨 얼굴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다들 화장실에서만 자신의 본 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이겠지..
서둘러 자율주행 목적지를 종로 인근 공영주차장으로 입력하고 대충 홈카 내에 있는 싱크대에서 세수를 했다. 나머지는 홈카가 알아서 자율주행전용도로로 들어서고 목적지로 향할 것이다.
물론 종로 시내에 있는 미팅장소 인근까지 지정하고 싶었지만 타지역번호를 단 홈카의 통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그럴 수는 없었다. 미래형 도심 환경 개선 사업이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서울에 사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별인 것이다.
[도킹을 해제합니다.]
알림 메시지와 함께 홈카타운에서 내가 받았던 지정지 도킹을 해제하는 소리가 났다. 홈카 지정지는 홈카와 도킹가능한 작은 원룸으로 차내에 부족한 생활공간을 확장해주는 가건물이다.
이 지정지도 모텔이라 불렸던 과거의 숙박시설과 같이 관리자가 있지만 이전 사용자에 따라 청결도가 달랐다.
내가 쓰고 있는 지정지는 그래도 내가 홈카를 임대하면서부터 1년간 쓰던 곳이라 괜찮지만 다른 열악한 곳도 많다는 듯 싶다.
- 덜컹 덜컹
홈카타운의 정비되지 않은 도로가 있다보니 이동하면서 진동이 느껴진다.
.... 나머지는 연재장소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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