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창문을 열자 여름의 맛이 살짝 열린 입을 통해 들어와 코를 자극한다. 분명 냄새를 맡기 힘든 상황인데 어느 덧 여름을 알리는 그 생명이 꿈틀거리는 톡톡함이 밀려온다.
그러자 굳게 닫혀 있던 나의 가슴도 뛰기 시작했다. 나가자.
그래 강릉에는 태풍처럼 바람이 분다더라. 아직 이별이 아쉬운 찬 바람이 있을지 모르니 조금 입고 나가자.
하늘은 구름이 간간히 지나가고 내리 쬐는 태양은 어디 숨지 못하게 나를 쏘아 붙는다. 미안해.
그간 너를 너무 피하고 있었나보다, 길었다. 많은 시간을 땅 속에 몸을 묻은 체 움추려든 몸이 갑작스런 빛살과 생명의 열기에 못 이겨 내가 뭔가 잘 못하고 연인을 바라 보던 때처럼 조금 땀이 나기 시작했다.
화창한 날씨에 못 이겼니? 벚꽃은 활짝 핀 체 뽐내며 오랜만에 나온 사람들에게 기쁜 듯 흔들거린다.
어느 덧 걷던 내 걸음이 예전에 들린 까페가 있던 자리로 갔지만 이미 거기에는 변해버린 거리가 있었고 나는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아직 내 머리 위에 태양은 낙심말라며 움직이라 말한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연인처럼 빨리 가자고 보채는 것이 그만 또 살짝 땀을 흐르게 한다.
더 걷는 걸음은 가볍고 힘이 흘러 들어오는 것이 여름이다. 이제 반팔을 꺼낼 때가 되었나보다 생각하다 어느 덧 주인 바뀐 다른 까페에 도착하고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시켰다. 그런데 돌아가기는 너무 힘들다 오랜만에 만난 여름과 태양은 좀 더 자신과 함께하자 말하는 듯 하지만 미안해.
돌아가는 길은 버스와 함께 하기로 생각하고 지금의 시원함을 즐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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