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추적추적 거리고 공기는 탁하다.
아침 내내 온 비가 시원하게 내리질 못하니 겨울인들 지 추위를 매섭게 뽐내지 못하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인지라 맨 손은 추위에 차갑게 느껴져 새로 산 장갑을 끼고 나왔다.
익숙한 길을 가며 울린 전화 벨소리에 급히 장갑을 빼고 받고나니 지난 길 어딘 가에 오른 손 장갑이 떨어진 듯 허전함이 남았다.
아이쿠 서둘러 고개를 돌려보지만 떨어진 장갑은 어느 샌가 주워든 생면부지의 등산객이 애먼 발걸음으로 저만치 들고 가고 있다.
거 참 빠르구나, 체념과 함께 홀로남은 왼손 장갑을 구겨 주머니에 넣으며 양손을 차가운 겨울 바람에 맡기어 보니 길을 나서며 폄하했던 겨울이 시리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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