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온 방안이 부산스레 움직이더니 그 소리에 아비가 늦게 눈을 뜬다.
아이와 어미가 제 갈 준비는 다했다는 마냥 쳐다보고 있는 걸 보고 아비는 서둘러 대충 씻고 차로 어린이 집에 데려다준다.
마침 주차되어 있던 앞 차량이 먼저 빠져나가 수월히 차를 빼고 아이를 데려다 준 뒤, 아비와 어미는 오늘 있을 거사를 위해 빈속에도 불구하고 쓰디 쓴 커피잔을 기울였다.
오늘은 아이에게 최초의 치과치료가 있을 예정이었다. 마취는 하지 않을 예정이기에 행여라도 아이가 완강하게 거부하지는 않을지 고민한 것이다. 이러저런 일을 뒤로하고 시간은 흘러 예약된 시간이 되었다.
부모는 어린이집으로 가서 아이를 데리고 버스를 탔다. 위치는 가깝지만 노선이 뱅뱅돌아 넉넉하게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얼추 예약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치과에서는 한 아이가 진료를 마치고 장난감이 널부러진 공간에서 놀고 있었다.
우는 아이에 아파하는 소리가 나올세라 내심 걱정했던 부모는 안도했지만 막상 진료를 받기 시작하니 아이는 그렇지 않았던 듯 천정에 틀어놓은 만화영화를 보면서도 긴장으로 인해 발가락을 꼬았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이를 보기 안쓰러웠던 아비는 아이의 발을 톡톡 건드려주며 긴장을 풀어준다.
과거 부모의 시절에는 무서운 기억이 대부분이다보니 생애 첫 치과에서 아이도 두려움을 느낄까 걱정된 것이다.
치료가 필요한 이빨에 기구가 삽입되면서 아이는 울먹이기 시작한다. 아비와 어미는 서둘러 달래주고 잡아주고 한차례 실갱이를 시작했다. 야속한 충치는 한번으로는 놔주지 않고 3번정도 지나고 나서야 그 자리를 메꾸어주고 사라졌다. 그 사이에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조금 맺힌 듯 하다. 그래도 부모는 울음을 터트리지 않은 아이가 얼마나 대견한지 속으로는 흡족해 했다.
이제 수납을 끝내고 치과를 나서는데 에레베이터 앞에서 아비는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거부당한다. 내심 아이는 속았다는 생각에 화난 듯 귀엽게도 밀친 것이다. 그래도 아비와 어미는 잘 치료 받은 아이가 예뻐서 어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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