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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Design

[초단편] 죽기 좋은 날

by 게임혼 2012. 1. 7.
-띡
통화중지 특유의 소리가 나오며 통화가 종료되었다.
마지막은 사랑해라는 말로 끝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너무 허기진 나머지 죽을 기력도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근처의 대형마트로 가서 몇가지 사고 나오려는 데 잡채와 김치전이 세일 중이었다. 무슨 기분인지 몰라도 사야할 것 같았다. 무려 30%나 할인 되었기 때문이다. 이 근처에서 사는 3~4년간 이런일이 거의 없었는데 왠지 횡재한 것 같기도 하지만 현재의 우울한 기분에 묻혀버렸다.

사람이 죽기 좋은 날은 어떤 날일까? 마트를 갈 때도 횡단 보도에서 허자 안달린 고급 승용차가 날 치어줬으면 하는 생각을 했지만 가는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든다. 집까기 가는데 건너게 되는 횡단 보도는 2개 처음을 건너고 2번째 되는 곳에서 보행신호인데도 무작정 달라오는 버스가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버스는 도저히 안될 것 같다.
 
추위로 인해 콧물을 질질 흘리며 집 근처 편의점에 들려 김밥을 찾아보았다. 일요일이라 진열된 것은 없었고 알바생이 자기가 먹으려고 남겨둔 듯한 도시락이 하나 남아 있었다. 뭐 어차피 죽을건데 남 신경쓸 겨를이 어디에 있겠는가. 냉큼 도시락을 들어 계산대로 가지고 갔다. 내심 불쾌한 모양새가 보이는 것이 짐작이 맞은 듯 하였다. 약간의 미안함을 뒤로 하고 집으로 들어가 도시락을 전자렌지로 돌려 먹어보니 영 운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닌 듯 싶다. 일전에 같은 도시락을 먹을 땐 반찬이 남았는데 이번엔 부족했다. 운 빨이 이제 다한건지 갈 때가 된 것 같다. 이제 잠이 들면 언제나 깨어나려나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너무 야속할 듯 하다. 어쩌다보니 죽기 좋은 날이라 생각이 들었는데 마지막 도시락에서 주춤하게 된다. 내일은 마지막까지 운이 좋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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