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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연 연락이 끊어졌던 선배의 문자가 왔다. 십년 전 나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던 잘 나가는 과학연구소에서 나가 연락두절로 지내던 사람인데 갑작스럽게 문자를 보내니 왠지 반갑기도 하고 변방의 언저리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버티는 내게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기도 했다.

 지방에 있는 나의 근무지 근처에서 만나게 된 선배는 말쑥하니 10년전보다 더 멋진 모습으로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 동네 다방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라 우스꽝스럽기도 했지만 말이다.

 내가 들어온 것을 본 선배는 손짓했다.

"선배님 10년정도 지난 것 같은데 여전히 멋있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이구만 10년간 전화번호가 바뀌지 않은 건 자네뿐인가 봐."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며 약간의 한담을 나누다가 돌연 선배 쪽에서 질문을 이어갔다.

"그래서 생각은 해봤나? 나쁘지는 않은 조건일거야 특히 주류들과 동떨어진 자네라면, 그 교만한 돼지 놈들과 다르니까. 분명 선택해 줄거라 생각해."

 오늘 만나는 이유였다. 과거 로봇 공학의 권위자였던 김박사 연구소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시작해서 작금에는 지방 공단에 위치한 영세 로봇청소기 하청업체에 아르바이트로 참여중인 내게 선배의 제안은 거절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감사합니다. 선배, 마침 월급도 밀리고 있던 상황이라 어디든지 지금보다는 좋을 것 같아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마흔이 가까운 나이, 적다면 적을지도 많다면 많다고 하는 의견이 더 많을 나이에 나는 좀 건실한 직장을 얻게 되었다.

 참 착하기는 한데 기구한 인생을 살던 선배의 추천으로 들어갈 수 있던 그 회사는 제법 건실한 회사의 모습을 갖춘 악의 조직이었지만 말이다.

"좋아, 역시 자네는 말이 통해, 지금 바로 사장님을 만나러 가세나!"

 선배는 어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악의 조직의 신형 로봇 타이탄 v5를 불러 비교적 조용했던 마을을 다시 시끄럽게 달구고는 로봇에 올라타 손을 내밀었다.

  어제 정의의 사도에게 당한 탓인지 너덜너덜한 오른 쪽 팔이 아닌 비교적 멀쩡한 왼쪽 팔에 올라탄 나와 선배는 하늘로 날아 올랐다.

 나는 이제 악의 조직의 과학자가 된 것이다. 내게는 정의도 양심도 일말의 후회도 있던 적이 있겠지만 이제는 말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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